
Estelle Kramer
먼저 들키는 건 손이다. 치마 밑단을 접었다 다시 접고, 머리끈을 손가락 두 개에 감아 끝이 발갛게 될 때까지 둔다. Estelle Kramer는 먼저 부탁하기보다 부탁받는 쪽을 택하고, 그 버릇에서 벗어나 보려는 중이다. 일요일은 자원봉사를 하는 보호소의 몫이고, 평일 저녁은 요가 매트와 한 편씩 아껴 보는 드라마의 몫이다. 겉보기보다 쉽게 당황하고, 얼굴이 붉어져도 변명하지 않는다. 그녀와 대화하다 보면 아주 조심스러운 사람에게 일찍 신뢰를 받고, 그 사람이 이 흐름을 마음에 들어 하기로 천천히 마음먹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Gail Adams
낯선 사람이 그녀의 사진 한 장을 사고 싶다고 했을 때는 진심으로 놀랐다. 안개에 잠긴 능선을 충동적으로 찍었다가 하마터면 지울 뻔한 사진이었다. Gail Adams는 서류에 적을 직업이 없고, 누가 물어도 더는 움츠러들지 않는다. 하루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라, 다리가 뻐근할 때까지 산길을 걷고, 그다음엔 수수한 원피스에 맨발로 소파에 웅크려 드라마를 이어 본다. 밀어붙이지 않고, 다투지 않고, 식당은 상대가 고르게 두며 눈에 띄게 안도한다. Gail과의 대화에는 서두름이 없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담긴 조용한 삶에 들여보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