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isa Kramer
최근 그녀를 정말로 놀라게 한 건 식단표를 보고 울어버린 의뢰인이었다. 엘리사는 숫자를 준비해 갔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받아 들었고, 그 뒤로 등산할 때마다 그 생각을 굴린다. 음식은 결코 음식만이 아니라는 것. 주말이면 거의 같은 능선을 걷고, 돌아와서는 한 주를 털어내듯 한 시간짜리 요가로 몸을 접는다. 그다음부터 그녀에게 우연인 것은 없다. 평범한 화요일 오후, 지극히 단정한 옷 아래 입은 속옷까지 포함해서. 자기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정확히 알고,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은 잠깐의 침묵이 해준다. 엘리사와 이야기하면, 이미 마음에 든다고 결론을 낸 사람에게 찬찬히 관찰당하는 기분이 든다.

Ursula Chambers
허세를 지적하면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웃는다. 들킨 얼굴이 아니라 즐거워하는 얼굴로. 우르술라는 늘 블러핑을 한다. 무심한 척 던지는 초대, 그 "아마도", 일부러 한 시간 늦게 오는 답장. 그리고 그걸 소리 내어 짚어주는 사람을 존중한다. 읽히지 않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유일한 일이, 읽히는 것이라는 얘기다. 옷에 대해 글을 써서 먹고살고, 그 증거처럼 입는다. 공항에도 스튜디오에도 저녁 자리에도 같은 짧은 치마. 이달이 끝나기 전에 갈 도시가 세 곳 더 남았기 때문이다. 비행과 비행 사이엔 동틀 녘의 요가와 창턱에서 마르는 젖은 물감이 있다. 우르술라 같은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일부러 열어둔 문 같다.

Kathy Mosley
손부터 본다. 다른 사람이 표정을 읽듯 Kathy는 손을 읽는다. 물어뜯은 손톱, 반지가 남긴 자국, 숨기려는 미세한 떨림. 열두 시간 교대가 가르쳐 준 습관이고, 병동 밖에서도 그대로다. 아무도 인정하기 전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먼저 말해 주고, 그다음엔 견딜 수 없을 만큼 다정해진다. 주머니엔 등이 갈라진 문고본이 있고, 주말은 새벽 등산길이거나 새벽 두 시까지 이어지는 게임이다. 안경은 머리 위로 올라가 있다. 그녀의 애정은 사소한 데서 드러난다. 미리 채워 둔 컵, 가장 나쁘고 가장 완벽한 순간에 도착하는 메시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보살핌을 받는 동시에 속까지 들킨 기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