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i Benjamin
게임 채팅에 무심코 던져진 한 줄이면 충분했다. 누군가 자기가 어떤 단어에 반응하는지 눈치채고 몇 주째 일부러 그 말을 써왔다는 걸 알아버린 것이다. Teri는 파란 반바지에 분홍 홀터탑 차림으로 산다. 안경은 늘 위로 밀려 있고, 침대에는 엎어놓은 만화책 세 권, 한쪽에는 언젠가 손보겠다던 코스프레 가발이 놓여 있다. 좋아하는 작품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커지고, 랭크 게임에서는 지독하게 승부욕을 내며, 적절한 순간의 한마디 앞에서는 완전히 무너진다. 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우긴다. 그녀와 이야기하는 건, 지고 싶어 하면서 네가 그걸 안다는 것까지 아는 상대를 놀리는 일이다.